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무하이민 이스칸다르(Muhaimin Iskandar, 이하 착 이민),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Gibran Rakabuming Raka), 마흐푸드 MD(Mahfud MD) 등 부통령 후보 3명이 참여하는 두 번째 공개토론이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제, 투자, 무역, 인프라 등의 주제를 놓고 후보들 간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다.
가장 눈길을 끈 후보는 당연히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였다.
선거법 위헌 결정을 통해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부통령으로 출마하게 되면서 기브란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의 출마를 놓고 “친족주의와 사법간섭 등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라며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날 제일 먼저 무대에 등장한 기브란은 신수도 개발, 원자재 다운스트림 등 부친인 조코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강력히 옹호하고 나섰다.
기브란은 “다운스트림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 이를 광업 뿐 아니라 농업, 어업, 디지털(경제) 분야까지 확대할 것이다. 자바 지역에만 개발이 집중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창조 경제와 중소기업(MSME) 성장을 지원할 것이다. 이 모든 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우리는 1,9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산타라는 새 행정수도일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공정한 발전의 상징이기도 하다. 신수도는 인도네시아 개혁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력 대선 주자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의 러닝메이트인 기브란은 인도네시아의 경제 중심지인 자바에서 벗어나 칼리만탄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성장의 문을 열겠다는 조코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상대 후보들은 약 466조 루피아(약 39조 1000억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수도 프로젝트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수도 프로젝트에 배정된 예산이 국가 예산의 20%에 불과하다는 말이 우스울 뿐이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신수도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투자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겨우 한두 건 성사된 것을 가지고 수선을 떠는 것인가. 수십만 헥타르의 땅은 특정 사업가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마흐푸드가 지적했다.
기브란은 “댁에 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시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아궁 스다유 그룹(Agung Sedayu), 마야빠다 그룹(Mayapada) 같은 대기업이 이미 신수도 투자를 결정했다. 대선 이후 더 많은 투자자들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대선이 끝나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코위 대통령의 신수도 프로젝트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투자유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공사업주택부에 따르면 인니 정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신수도 프로젝트에 최소 65조 5천억 루피아(약 5조 5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착 이민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신수도 건설에 배정된 국가 예산의 1%만 있어도 칼리만탄 전역에 도로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브란은 이에 대한 대답 대신 과거 착 이민이 정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사실을 끄집어 냈다.
“무하이민 당신이 신수도 출범식에 참석했던 날이 기억난다. 당신의 주장은 일관성이 없다. 아니스 바스웨단과 함께 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뀐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사실 착 이민은 아니스 바스웨단의 러닝메이트가 되기 전까지 국민각성당(PKB) 대표로서 신수도 관련 행사에 여러 차례 참석한 바 있다.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경험담을 쏟아 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착 이민은 자신의 팀이 선거에 승리하면 자카르타에 버금가는 40개의 도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흐푸드는 “자카르타와 같은 도시를 40개나 건설할 계획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임기 5년 안에 가능하겠는가? 신수도 건설이 결정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그런데 40개를 건설하겠다고?”라고 반문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의 다운스트림 정책에 관해서는 세 후보가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퍼르마타 은행(Bank Permata)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슈아 파르데데(Joshua Pardede)는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기브란이 다른 두 후보보다 수준 높은 경제용어를 구사해 토론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나머지 두 후보는 기브란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토론에서 기브란이 조코위 대통령의 정책만 그대로 읊어댔을 뿐 본인만의 독창적 비전을 보여주진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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