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선수단 입국 시 납치” 위협도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개최하는 인도네시아에서 무슬림 단체들이 이스라엘의 참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21일 CNN 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12형제단(PA 212), 울레마 파트와 수호 국민운동(GNPF) 등 이슬람 단체 회원 100여명은 수도 자카르타 시내에서 반(反)이스라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국기와 이슬람 신앙문이 적힌 흰 깃발을 흔들며 “이스라엘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제외하라”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웠으며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할 경우 이들을 납치하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슬람 단체들에서도 나타난다.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 의결기관인 울레마협의회(MUI)와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이슬람 단체인 무함마드야 등은 이스라엘이 유럽 예선을 뚫고 사상 처음 U-20 월드컵에 진출하게 되자 인도네시아가 개최국으로서 이번 대회에 이스라엘의 참가를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슬람 단체들이 이스라엘의 참가를 반대하는 것은 이슬람 형제국인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 때문이다.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하며 이스라엘과는 외교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1962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 때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거부했으며 2006년 여자테니스 국가대항전인 페드컵(현 빌리진 킹컵)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리자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로 인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2015년 인도네시아는 자국에서 열리는 배드민턴 세계 선수권대회에 이스라엘 선수의 입국을 거부하다 결국 비자를 내줬고, 최근에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 사이클 대회에서 이스라엘 선수의 출전을 허용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에도 이스라엘 선수단의 참가를 막지 않으며 이들의 안전도 보장하기로 한 상태다.
앞서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주최국이라도 U-20 월드컵 출전권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면서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입장은 변한 적이 없으며 U-20 월드컵 이후에도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최국인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이스라엘과 한국 등 24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U-20 월드컵은 오는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인도네시아 6개 도시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