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장관 “율법에 맞게 공연하려면
MUI 의견 필요”
MUI “공연에 성소수자 관련 발언•상징
없다는 점 보증돼야”
세계적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연을 놓고 무슬림 단체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인도네시아 관광장관이 인도네시아 내 이슬람 최고 의결기관과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안타로 통신 등에 따르면 산디아가 우노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울레마협의회(MUI)와 콜드플레이의 공연 허용에 대한 찬반 의견을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의견과 제안을 듣고자 한다”라며 “콘서트가 (이슬람 율법에) 적법하게 열리기 위해서는 MUI의 의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드플레이의 공연 티켓이 이미 다 팔렸고 인근 숙소도 모두 예약이 끝났다며 이번 공연이 갖는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보수 무슬림 단체들은 콜드플레이 공연을 반대한다. 성소수자•무신론자 지지 운동을 하는 콜드플레이가 인도네시아에서 공연한다면 반(反) 이슬람 정신이 퍼지는 것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극우 무슬림 단체인 ‘PA212’의 경우 콜드플레이가 입국하면 공항과 공연장을 봉쇄하겠다며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2012년에도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자카르타에서 공연하려고 하자 보수 이슬람 단체들은 동성애와 사탄주의를 숭상하는 ‘악마의 전령’이라며 반대했고, 결국 경찰은 치안 문제를 이유로 공연을 취소시킨 바 있다.
이처럼 무슬림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되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MUI의 의견을 듣기로 한 것이다.
MUI는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신학자와 관련 기관들이 모여 구성한 이슬람 최고 의결기관이다. 이슬람 금융이나 할랄처럼 법적으로 인정되는 인증 기능도 갖고 있다.
또 사회와 신자들에게 종교적 지침을 제공하고 사회•정치적 문제에 입장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는 무슬림이 87%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두고 이스라엘 선수단을 입국시켜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었을 때 MUI도 이에 동조하는 의견을 내면서 여론이 이스라엘 선수단을 거부해야 한다는 쪽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결국 FIFA는 이런 문제들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개최권을 박탈했다.
이와 관련 인도네시아 중부 울레마협의회 의장인 크홀릴 나피스는 “공연 중에 성소수자 관련 발언이나 행동, 상징 등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보증돼야 콘서트 참석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