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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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만사] 꼬리 내린 푸안 마하라니… 현실 자각? 또 다른 노림수?

대선을 1년 여 앞둔 시점에 푸안 마하라니(Puan Maharani)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인도네시아 국회의장이자 최고 권력자 메가와티의 딸로 당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푸안 마하라니와 당내 대선 후보 경쟁자인 간자르 프라노워(Ganjar Pranowo) 중부자바 주지사의 다정한 모습이 꽤 자주 포착되고 있는 것.

알다시피 간자르 프라노워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잠재적 대선 후보이지만 당내에선 메가와티에게 끊임없이 짓밟히고 있는 투쟁민주당의 비련의 간부이기도 하다.

얼마 전 투쟁민주당(PDI-P) 창립 5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메가와티는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이 자신이 만들어준 판 안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능력을 과시했다. 또한 ‘여성 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하며 자신의 딸인 푸안 마하라니에게 힘을 실어 준 반면 당 간부이자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간자르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조차 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

메가와티는 곧바로 언론의 표적이 되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날 대선 후보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연설 내내 대통령인 조코위와 간자르를 발 아래 두고 시종일관 자신의 정치적 위상에 대해서만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여론을 의식한 듯 푸안은 이후 조코위 대통령과 간자르에게 노골적인 친밀감을 표시하고 있다.

22일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 나들라툴 울라마(NU)가 주최한 ‘100년을 향한 건강한 발걸음’이라는 타이틀의 행사가 솔로에서 개최되었다. 현장에는 조코위 대통령과 간자르 프라노워, 푸안 마하라니를 포함한 투쟁민주당 간부들이 참석했다.

망쿠느가라 궁전(Pura Mangkunegaran)에서 시작된 이번 행사에는 압두라만 와히드(Abdurrahman Wahid) 인도네시아 제 4대 대통령의 딸로 조코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예니 와히드(Yenny Wahid)와 마푸드 MD(Mahfud MD)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 에릭 토히르(Erick Thohir) 공기업부 장관,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Listyo Sigit Prabowo) 경찰청장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푸안 의장은 간자르, 조코위 대통령과 함께 식사를 하는가 하면 간자르와 긴밀히 대화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포착되었다.

행사에 함께 참석한 예니 와히드는 “2024년 선거를 앞두고 투쟁민주당의 화합된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소회를 밝히며 “이 같은 화합적인 분위기는 지역 사회에 긍정적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TV 토크쇼에 출연한 푸안 의장은 자신이 메가와티의 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은 적이 없으며 자신이 반드시 투쟁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다소 충격적 발언을 내놨다.

대선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푸안은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푸안은 “메가와티 총재는 자식의 앞날이 아니라 국가의 진정한 지도자를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며 “그녀가 나를 대선 후보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내가 딸이라서가 아니라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딸이라고 해서 반드시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수카르노 초대대통령의 손녀이자 절대 권력자 메가와티의 딸로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금수저로 꼽히는 푸안이지만 이 같은 화려한 배경이 현재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그녀의 정치사에 모친인 메가와티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은 푸안 자신 뿐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주어진 기회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살아온 그녀에게서 심경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췌 올라갈 기미가 없는 1%대 지지율을 보면서 그녀 스스로 현실을 자각하는 것 일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로열 패밀리 이미지를 벗기위한 나름의 전략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지금까지와 달라진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 만은 확실해 보인다.

인니투데이ㅣ이건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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