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군사정권기 민주화운동 활동가
납치 명령 내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군사정권의 피해자 가족들이 대통령 선거 승리를 선언한 현 국방부 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피해자 가족 100여명은 전날 수도 자카르타 소재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열고 프라보워 후보가 1990년대 수하르토 집권 말기에 민주화운동 활동가들을 납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실종됐거나 군에 의해 사살된 자식을 둔 이들은 이날 시위에서 “민주주의를 구하라”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 프라보워 후보의 승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프라보워 후보를 지지해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프라보워 후보는 대선 당일인 지난 14일 표본조사 득표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한 후 일찌감치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아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는 파이안 시아한(77)은 AFP에 “프라보워가 (이번 대선에서) 압승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파이안과 함께 시위에 가세한 마리아 카타리나 수마르시(71)는 아들이 1998년 수하르토 정권 퇴진 직후 육군 총격에 사망한 것으로 부검 결과가 나왔지만 군 지휘관 중 누구도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라보워가 국민에게 진정으로 봉사하려면 1998년 참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66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1998년 5월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에 직면한 끝에 32년 철권정치에 마침표를 찍고 하야했다.
당시 시위는 군의 유혈진압으로 끝났고 이 과정에서 1천여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참사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육사 출신으로 주로 특전사에 근무해온 프라보워 후보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전 사위다.
그는 그간 시민단체의 주장을 일축해왔으며 기소된 적도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