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자카르타 시위 진압에 ‘헤르쿨레스(Hercules, 본명 로사리오 데 마르샬)’가 이끄는 준군사조직이 개입하면서 정부가 치안 유지에 민간조직을 활용하거나 이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밤 스나얀 국회의사당에서 시작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슬리피와 쁘좀뽕안 라야 일대로 번지자 인도네시아국민운동연합(GRIB Jaya·그립자야) 조직원들이 거리에 등장했다.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흰색 머리띠를 두르고 대나무 장대와 각목을 든 남성들이 트럭에서 내려 시민들을 쫓아가 폭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한 시민이 “헤르쿨레스가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차에서 내린 한 남성이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자 일행이 각목을 휘두르며 시민들을 뒤쫓았다.
줄피카르(Zulfikar) 그립자야 사무총장은 헤르쿨레스와 조직원들이 현장에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의 활동을 ‘빰 스와까르사(Pam Swakarsa)’라고 표현했다. 빰 스와까르사는 수하르토 정권 당시 치안당국과 함께 시위 진압에 동원된 무장 자경단을 일컫는다.
인권단체들은 공권력의 영역인 시위 진압에 민간조직이 개입한 데 우려를 나타냈다.
우스만 하미드(Usman Hamid)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장은 “경찰이 민간조직의 개입을 방관해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민간조직을 시위 현장에 동원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폭력 피해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쁘좀뽕안 라야에서 노점상을 하던 밤방 스티아완(Bambang Setiawan·60)씨는 지난달 28일 새벽 숨졌다. 그는 사복 차림에 각목을 든 신원 미상의 남성들에게 폭행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지역에 사는 파투로만(Faturohman·18)도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집 근처 골목에서 끌려나와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파투로만은 남성들이 자신에게 시위 선동자라고 자백하도록 강요한 뒤 경찰청으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그립자야 측은 쁘좀뽕안 라야에서 발생한 폭력에 조직원들이 가담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헤르쿨레스는 동티모르 출신으로 1990년대 자카르타 타나아방 시장을 장악했던 폭력조직의 두목이다. 갈취와 폭행, 재물손괴, 토지 분쟁 등에 연루돼 여러 차례 체포돼 복역했다.
프라보워 대통령과는 1980년대 동티모르에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프라보워는 현지에서 군 복무 중이었다. 헤르쿨레스는 2011년 그립자야를 설립해 프라보워를 고문으로 위촉했으며, 이후 대선 때마다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프라보워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도 현 정부에 대한 지지를 이어왔다.
다만 현지 매체 템포는 프라보워 대통령이 헤라클레스가 여러 세력에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2019년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지난 5월 보도했다.
그러나 프라보워의 측근인 테디 인드라 위자야(Teddy Indra Wijaya) 내각사무처장은 지난 3월 헤르쿨레스를 만나 그를 ‘오랜 친구’라고 불렀다.
비르디카 리즈키 우타마(Virdika Rizky Utama) 난양공대 공공정책 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헤르쿨레스나 그립자야의 독자적인 행동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시위대 해산을 지시한 증거는 없지만 두 사람의 오랜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은 직접 내린 명령뿐 아니라 누구를 권력 가까이에 두고 지지 세력의 어떤 행동을 용인했는지에도 책임져야 한다”며 “정부가 폭력배나 비공식 세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려면 프라보워 대통령이 이들과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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