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한 고용주 LA 총영사관 직원으로 밝혀져
노동 및 임금 착취, 폭언폭행 일삼아…
워싱턴 포스트, BBC 등 유력언론 집중 보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인도네시아 출신 가정부가 고용주로부터 학대 당한 사건이 보도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13일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출신 가정부 스리 야툰(Sri Yatun)을 학대한 고용주가 다름 아닌 LA 총영사관 고위급 인사로 밝혀졌다.
워싱턴 포스트가 처음 이 사건을 보도한 건 지난 10월 6일 이었다.
스리 야툰(Sri Yatun)은 2004년 미국에 도착했다. 영사관 소속이었던 그녀의 고용주에게 있어 취업 비자 발급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터. 그녀는 수월하게 미국에서 취업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취업 비자의 경우 고용주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악용의 소지가 있다. 이러한 불균형한 힘의 논리로 고용인은 초과 근무, 임금 착취, 폭력 등의 피해자로 전락하게 된다.
스리 야툰 역시 같은 일을 겪은 피해자였다. 현재 그녀는 T-비자 자격으로 조사받고 있다. T-비자란 미국 내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이민 비자로, 신고가 접수되면 철저히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된다. 이때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보호 장치도 마련된다.
스리 야툰은 조사에서 “미국으로 온 직후 4개월 동안은 임금이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미국까지 오는 경비와 비자 비용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는데 그 얘기가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줄곧 고된 하루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녀에 따르면 낮밤없이 일해야 했으나 정상적인 임금은 받아본 적 없었다. 가끔씩 던져주는 50-100달러(약 6만원~12만원)가 받은 돈의 전부였다.
무엇보다 그녀를 괴롭힌 건 주인 부부의 폭언과 폭행이었다고 한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를 눈치 챈 고용주는 ‘감옥에 쳐 넣겠다’, ‘미국에선 여성을 납치해 성 노예로 삼는다’는 등의 말로 위협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던 중 주인이 집을 비운 어느 날 자신의 여권을 찾아낸 스리 야툰은 이미 오래전에 비자가 만료된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 비자 문제를 궁금해하던 그녀가 여권을 보여 달라고 말하면 고용주는 비자 연장 진행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곧장 짐을 싸 들고 주인집을 빠져 나왔다.
한편 스리 야툰을 착취한 고용주는 시실리아 루스디하리니(Cicilia Rusdiharini)와 그의 남편 티고르 시투모랑(Tigor Situmorang)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들 부부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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