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 “규정을 강화하면 문 열어도 소용없다”
정부 “철저히 규제하는 대신 수용인원 늘리겠다”
보건당국, 연말연시 대비한 예방적 조치 강조
지난 주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서 사회활동 제한조치(PPKM)가 완화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새로운 국내선 항공이용 요건을 발표했다. 이전까지는 백신접종을 2차까지 완료한 경우 자바-발리 도시간 항공 이용시 신속항원검사(안티겐) 음성 결과서를 제출하도록 했으나 새 규정에서는 이 부분이 삭제됐다.
이에 항공 및 관광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인니 백신접종률이 상승하면서 일상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관광업계에서는 아직까지 ‘회복 시그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행 문을 열었다고 한들 규정이 강화되면 누구도 선뜻 비행기를 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데논 프라위라트마자(Denon Prawiraatmadja)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부의장은 “정부가 방역과 경제 두 가지 관점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정부의 방역정책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경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발리 경영자협회(Apindo) 아시 우디아시(Asih Udiasih) 부회장도 “자바섬에서 발리로 오는 관광객들의 발목을 잡는 결정이다. 발리를 찾는 국내 관광객 대부분은 자바에서 온다”면서 “이번 항공 규정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면 관광업계에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에 규정 철회를 요구했다.
보건 당국이 PCR 검사를 의무화한 이유는?
인도네시아 코로나19 정부대응팀(TF)이 발표한 제21/2021호 회람을 기반으로, 자바-발리 지역 또는 PPKM 3-4단계 지역을 오가는 항공편 이용 승객은 최소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경우 출발 24시간 이내 PCR 음성 결과서를, 2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경우 출발 48시간 이내 PCR 음성 결과서를 제시해야 한다.
자가용 혹은 대중교통(버스, 기차, 선박)을 이용하는 여행자는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다는 증명서와 48시간 이내 PCR 음성결과서 혹은 24시간 내 신속항원검사(안티겐) 결과서를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정부대응팀 위꾸 아디사스미토(Wiku Adisasmito) 대변인은 항공 이용 조건이 강화된 이유에 대해 “좌석간 공간을 두지 않고 탑승 인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보다 정밀한 검사 방식을 채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항공사는 증상자를 격리시킬 수 있는 별도의 3열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부의 아디따 이라와띠(Adita Irawati) 대변인은 이번 항공 규정이 연말연시를 대비한 예방적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8월 이후 항공 이용률이 10-12%씩 증가했다”면서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고 연말로 진행될수록 항공 이용객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며 규정이 강화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3차 대유행 경계해야 한다
한편 역학자들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UI) 감염학자 뜨리 유니스 미코 와효노(Tri Yunis Miko Wahyono) 박사는 항공 이용 요건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탑승인원을 늘리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미코 박사는 “검사 기관을 철저히 감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짜 음성 결과서를 만드는 일이 발생해선 안된다”면서 “PCR 검사를 의무화하더라도 탑승객 수는 단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코 박사는 코로나19 3차 유행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여행 규정을 강화하는 것 만으로 3차 유행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감염 확산이 줄고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내년 초 코로나 3차 유행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번째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코로나19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감염 사례가 알려진 것에 최고 4배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사회활동 제한조치의 단계를 결정함에 있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두 번째 문제점으로 꼽았다. 미코 박사는 “아이들의 쇼핑몰 입장이나 대면학습 모두 명확한 근거 없는 결정이었다. 이로 인해 몇몇 학교에선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세번째, 인도네시아의 백신접종률이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1일 기준 1차 백신 접종률은 53.26%이며, 2차 백신 접종률은 31.5%에 불과하다.
넷째,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미코 박사는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대중의 인식 또한 해이해지기 쉬운 만큼 연말연시 대규모 확산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우려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저작권자(c) 인니투데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