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최 토론회서
홍콩 사례 소개, 장단점 논의
오세훈 “저출생 대책일 뿐 아니라
이민사회 준비 신호탄”
서울시가 초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중 하나로 추진중인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 도입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19일 열렸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을 국무회의에서 공식 제안했고 E-9(비전문취업) 비자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가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조발표자인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이미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도입한 홍콩 현지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홍콩 정부는 2023년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 임금으로 월 4천730홍콩달러(약 77만원)를 책정했다. 이는 홍콩 내 최저임금과는 별도로 25∼54세 홍콩 기혼 여성노동자의 평균 임금과 비교하면 30% 이하 수준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또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경우 전일제 근로만 허용하고 하루 3∼4시간씩 특정 시간에만 근무하는 등 시간제 가사도우미는 내국인만 할 수 있다.
홍콩통계청에 따르면 홍콩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1990년 7만335명에서 지난해 33만8천189명으로 4.6배가 됐다. 국적은 필리핀 56.2%, 인도네시아 41.4%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도입한 1978년부터 2006년까지 0∼5세 자녀를 둔 노동 시장 참여율은 10∼14% 증가했다.
김 교수는 “홍콩은 가사도우미의 상대임금이 1990년대 30∼40%로 되면서 수요가 늘어났다”면서 “우리나라는 월 100만원 수준이 돼야 중위소득층도 가사도우미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개발경제학자로서 필리핀•네팔 등 정부와 종종 논의하는데 임금이 적어도 되니 일자리를 많이 늘려달라고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또 “홍콩 가사도우미를 대상으로 업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매우 만족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많고 절대다수는 홍콩에서 계속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다만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인 근로 시간 단축 정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지정토론에서 이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기획조정본부장은 “가정 내 육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해 현행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차원이 아닌 전향적인 육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가사서비스 매칭 플랫폼 ‘대리주부’를 운영 중인 이봉재 부대표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모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 부대표는 “가사•육아를 위해서는 가족의 희생이 늘 따랐고 (내국인 도우미를)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부담이고 구해도 지속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상황”이라며 “외국인 가사 도우미로 안정적인 공급자 풀을 확대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전일제는 한국 문화 특성상 알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 출퇴근형을 고민해봤다”며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이 알음알음 서비스를 이용하기보다 고용노동부 인증기관이 책임지고 신경 쓰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가사근로자법상 가사서비스에 육아도우미, 산후조리 도우미, 요양보호사 업무가 포함된다”며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육아도우미’로 용어를 명확히 해야 하지, 현재 고용노동부의 방식으로 인력을 도입한다면 이들은 산후조리나 노인돌봄서비스 제공을 같이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현철 교수는 “어린이집•유치원과 (가사도우미가) 상보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전업으로 고용했는데 (육아만 한다면) 아이가 유치원에 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가사와 육아를 결합하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설동훈 교수는 “해야 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정리하는 게 핵심일 것”이라고 짚었다.
안현찬 서울연구원 양육행복도시연구그룹장은 “해외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인권침해가 확인되면 상당한 벌금을 부과하고 외국인력 고용을 제한하는 처벌도 한다”며 “한국도 이러한 방안을 참고해 국내 제도와 문화에 적합한 외국인력 보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은) 주택가격이 높아 외국 인력에게 제공할 독립된 방을 가진 경우는 드물다”며 “민간 특정 기관이 외부 공동숙소를 제공하는 방식도 논의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민간 인증기업이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가정과 이용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시범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가사도우미 송출국으로는 서비스 이용자와 의사소통이 쉽고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살핀다고 소개했다.
오 시장은 “이런 일까지 서울시가 하느냐는 평가를 듣더라도 모든 가용한 정책과 예산을 활용해보겠다는 각오를 펼친 바 있다. 부모의 실질적 양육 부담을 완화하고 경력 단절을 막을 방법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은) 저출생 대책으로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외국인 간병과 노인돌봄 서비스 인력 도입, 우수한 외국 인재의 유입 방안 등 다가오는 이민 사회와 외국인력 활용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육아)인력 도입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 참석 내빈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