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니 정상회담 공동성명…
조코위 “가자지구 잔혹 행위 막는데
美가 더 많은 일 해달라”
‘포괄적전략동반자’로 관계격상하고
“핵심광물•반도체 공급망 협력”…’中 견제’ 美 의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근본 해결을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개별 독립 주권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추진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두 정상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성명에서 ‘2국가 해법’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오래 지속되는 평화를 얻기 위해 공조하고, 다른 지역의 파트너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스라엘의 최대 지지세력인 미국은 세계 최다 무슬림 인구 보유국인 인도네시아와 ‘2국가 해법’에 뜻을 같이한 것을 계기 삼아 2국가 해법에 대한 국제적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난달 7일 대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발발 이후 ‘2국가 해법’ 지지를 천명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국가 해법’에 대한 수용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으며, 하마스 축출이라는 전쟁 목표 달성 후 하마스가 점령해온 가자지구를 이스라엘 군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국가 해법’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이스라엘에 수용을 압박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백악관이 공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공급망 관련 의존성과 취약성을 줄이는 한편 공급망의 투명성을 촉진하고,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핵심 광물원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그와 더불어 두 정상은 남중국해와 그 상공에서의 선박 항행 및 항공기 비행의 자유에 대한 흔들림없는 지지를 강조했다.
이 밖에도 양국은 사이버 안보와 우주, 연합 훈련, 핵 위협을 포함한 국방 분야에서 새로운 방위 협력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이를 통해 인권과 국제 인도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국제법을 준수하고 평화유지 역량을 강화하며 테러리즘에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 및 외신이 전했다.
미국이 중국의 앞마당인 동남아의 중견국인 인도네시아와 관계를 격상하고, 광물 및 반도체 협력을 강조한 것은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올해 들어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광물의 수출 통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자원 무기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중요 광물의 도입처를 다양화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이번 합의에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상황과 관련, 두 나라는 내구성 있는 평화 구축과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등에 따른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할 것을 모든 당사국에 촉구한다고 공동성명은 밝혔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도 이날 성명을 통해 조코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은 인도네시아의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며 “우리의 파트너십이 지역 및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이 모든 수준에서 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정기적인 교류와 대화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두 나라 간 장기적 파트너십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언론에 공개된 이날 회담 모두 발언에서 조코위 대통령은 “미국이 인류를 위해서 가자에서 벌어지는 잔혹 행위를 막고 휴전이 이뤄지도록 더 많은 일을 해주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로,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며 이스라엘과는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올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 수임에 감사를 표하고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되며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진전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아세안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