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골프장, 모터사이클 서킷 등 조성
원주민, 소유 토지 입증할 방법 없어…
UN ‘인권 유린’하는 관광 프로젝트 비난
인도네시아 정부는 ‘제2의 발리’로 롬복섬 남쪽 만달리카(Mandalika)를 개발중이다. 현재 이곳은 관광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코로나19로 발목 묶인 요즘, 이 곳의 자연과 풍광은 우리 모두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만달리카의 총 사업부지는 115만 7000㎢로, 테마파크, 골프장,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서킷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350㎡ 상업지구와 78척의 배가 정박하는 항구도 들어선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고 중국이 주도하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프랑스 투자자 그룹 VINCI가 합작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니 정부는 풀먼, 패러마운트, 클럽메드 같은 5성급 호텔들의 자본을 끌어 들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24일 BBC 인도네시아는 만달리카 개발 프로젝트를 집중 보도했다. 특히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앞서 UN도 인도네시아의 이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 “인권을 유린한 무차별 개발”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이에 프로젝트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AIIB는 “UN이 내놓은 보고서는 협박이나 완력 행사 같은 일들을 하나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선택권이 없는 원주민, 삶의 터전을 떠나다.
BBC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현장은 더욱 심각하다. 모터사이클 레이스 서킷으로 개발중인 부지 근처 꾸타(Kuta) 마을의 180 가구 주민은 자신들이 경작하는 농지의 소유를 입증할 토지문서가 없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의 상당수는 이미 근처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정작 정부는 이곳 주민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들이 정착할 곳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했다. 새로 이주시킨 정착촌은 전기나 상하수도와 같은 최소한의 시설조차 없이 열악하다.
원주민 다마르(Damar)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개발 문제로 정부측을 처음 만났다. 그런데 대뜸 8월까지 땅을 비워달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소통이나 배려는 기대할 수 없었으며 양측의 합의조차 이루어 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실사팀이 찾아와서 이주 보상금이라며 32억 루피아(약 2억5천만원)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보상금은 6가구의 집, 밭, 작물 등을 포함해 매겨진 금액이다. 다마르는 처음엔 보상금을 거부하고 버텼지만 눈 앞에 벌어지는 현실에 내몰려 끝내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다마르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돈을 받았고 우리는 이곳을 떠난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UN ‘대규모 개발 욕심만 있을 뿐, 인권은 없다’
UN은 정부의 관광 개발 욕심이 지역사회의 인권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UN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만달리카 관광 특구 건설 과정에서 토지를 강탈했으며 마땅한 보상 없이 150명 이상의 원주민을 내몰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UN에 이런 주장에 “일방적인 억측”이라는 입장의 회신문을 전달했다.
21세기에 이런 방식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걸 맞는 일인지 의문이다. 발리의 누사두아는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이 1970년대 개발해 지금의 관광지로 키웠지만 지금의 관광산업 트렌드의 관점으로 봤을 때 시대에 뒤쳐진 방식으로 평가된다. UN도 이러한 대규모 개발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펜데믹을 겪으면서 관광 산업은 지역 사회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철지난 방식의 관광개발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모터사이클 서킷은 오는 7월 완공돼 11월에는 월드 슈퍼바이크 대회가 예정돼 있으며, 내년에는 월드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과연 해변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러 오는 관광객이 모터사이클 굉음을 듣고 이곳을 다시 찾게 될까.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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