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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헌재, 정부·국가기관 모욕죄 폐지…시민단체 “정보거래법도 손봐야”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 / 안타라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가 정부와 국가기관을 모욕하면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을 폐지했다. 정당한 비판까지 범죄로 다뤄져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31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법대생 12명이 새 형법 240조와 241조를 상대로 낸 위헌 심판 청구를 받아들였다.

두 조항은 대통령과 부통령, 국무위원을 비롯해 국민협의회(MPR), 국회(DPR), 지역대표협의회(DPD), 대법원, 헌법재판소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면 징역 1년 또는 최대 1000만 루피아(약 85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모욕적인 내용을 유포해 공공질서에 혼란을 일으키면 징역 4년 또는 최대 2억 루피아(약 17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었다.

법대생들은 지난해 12월 해당 조항이 정부 비판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모욕죄로 보호할 대상은 개인이지 정부나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헌재도 정부와 국가기관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아디스 카디르(Adies Kadir) 헌법재판관은 “정부와 국가기관은 국민의 비판과 의견을 명예훼손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해당 조항은 정당한 비판과 평가까지 처벌해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정부 비판을 옥죄는 법 조항과 물리적 위협은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에라스무스 나피투풀루(Erasmus Napitupulu) 형사사법개혁연구소(ICJR) 소장은 온라인 명예훼손을 규정한 전자정보거래법(ITE법)이 정부 비판자들을 처벌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시위 참가자들의 폭행 피해 사례를 거론하며 법적 처벌보다 물리적 탄압이 더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를 비판하다 협박이나 폭력을 당한 사람은 약 300명,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가 고발된 사람은 58명에 달했다.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압박은 지난해 8∼9월 전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당시 두드러졌다.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생활비 상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정부의 정책 방향에 항의했다.

우스만 하미드(Usman Hamid)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장은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정부 비판자 대부분에게 모욕죄가 아닌 ITE법이 적용됐다”며 “이번 결정으로 상황이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 형법은 정부에 대한 모욕죄 외에도 혼외 성관계와 혼전 동거를 처벌하도록 해 논란을 빚었다.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하면 최고 징역 1년, 혼인하지 않고 동거하면 최고 징역 6개월에 처할 수 있다.

두 조항은 배우자나 부모, 자녀가 직접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까지 지나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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