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이란 핵무기 보유’ 주장과 ‘남북한 대화 중재’ 발언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3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KADIN)와의 회의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가 주변국의 핵무기 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사우디아라비아도 핵무기를 원하고 있다”며 “사우디가 핵무기를 보유하면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이집트도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실 유튜브 생중계 화면은 해당 발언 직후 정부 광고로 전환됐고, 이후 공개된 녹화 영상에서도 이 대목이 삭제됐다. 그러나 발언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쇼프완 알 반나(Shofwan Al Banna) 인도네시아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주장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때 내세운 명분”이라며 프라보워 대통령의 발언이 군사 공격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은 자국의 핵 개발이 전력 생산과 의료 등 민간 목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확대했지만 조직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의 핵 개발을 막겠다며 테헤란을 공습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부인했고 각국 정부와 인권단체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공습을 규탄했다.
데위 포르투나 안와르(Dewi Fortuna Anwar) 국가연구혁신청(BRIN) 선임연구원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대통령이 사실로 단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갖춘 것과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같은 자리에서 밝힌 남북한 대화 중재 의사를 놓고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빈 방한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요청한다면 기꺼이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대통령실이 공개한 녹화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청와대는 인도네시아처럼 남북한 모두와 우호 관계를 맺은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위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실제로 중재를 요청했다면 양국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인도네시아가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아흐마드 리즈키 M. 우마르(Ahmad Rizky M. Umar) 국제관계 전문가는 북한이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프라보워 대통령의 중재 구상이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달 27일 담화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을 비난하며 “아세안이 미국의 ‘고용된 대변인’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지난해 10월 수기오노(Sugiono) 외교장관의 방북 당시 이뤄진 합의에 따라 양국 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본 므웽깡(Yvonne Mewengkang) 외교부 대변인은 “인도네시아는 남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이어가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프라보워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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