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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기브란, 부통령직은 지켰지만…학력 논란에 발목 잡힌 정치적 미래

지난 6월 15일 중부 자카르타 부통령궁에서 학생 시위대와 대화하는 기브란 부통령(가운데) / 안타라통신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Gibran Rakabuming Raka) 인도네시아 부통령의 학력 논란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부통령직 박탈을 요구한 심판 청구는 각하됐지만 고교 졸업과 동등한 학력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재판부 판단이 향후 출마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MK)는 지난 6일 기브란의 당선 무효를 요구한 청구를 각하했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은 청구인들에게는 선거 결과를 다툴 자격이 없다는 이유다.

다만 재판부는 기브란의 해외 학력이 인도네시아 고교 졸업과 동등하다고 인정할 “설득력 있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헌법학자이자 전 법무인권부 차관인 데니 인드라야나(Denny Indrayana) 등 12명이 지난달 10일 심판을 청구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기브란이 고교 학력 동등성 인증서를 조작했다며 부통령 당선을 무효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2003년 제정된 인도네시아 선거법은 대통령·부통령 후보에게 고교 졸업 또는 이에 준하는 학력을 요구한다.

기브란은 싱가포르 오키드파크 중등학교(Orchid Park Secondary School)에서 중등교육 자격시험인 O레벨(O-Level)을 마친 뒤 호주 시드니의 UTS 인서치(UTS Insearch)에서 대학 입학을 위한 예비과정을 밟았다. 이후 싱가포르 경영개발원(MDIS)을 통해 2010년 영국 브래드퍼드대(University of Bradford)의 마케팅 학사 학위를 받았다.

청구인 중 한 명인 레플리 하룬(Refly Harun) 변호사는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브란은 부통령직을 유지하게 돼 기쁘겠지만 그에게 고교 졸업장이 없다는 사실은 입증됐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헌재 결정이 기브란에 대한 탄핵 추진이나 수사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가자마다대(UGM) 법·사회정의연구센터 소장인 헤를람방 P. 위라뜨만(Herlambang P. Wiratraman) 부교수는 헌재가 권한 범위에서 타당한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국회와 수사기관에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촉구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2주간 진행된 심리에서 청구인 측 전문가 증인으로 출석한 행정법학자 비비뜨리 수산띠(Bivitri Susanti)는 “인도네시아 국회(DPR)가 부통령 탄핵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며 “탄핵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문서 위조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에는 국가 윤리·도덕·청렴 수호를 내세운 단체가 기브란의 학력 기록 위조 의혹을 경찰에 신고했다.

다만 정치 전문가들은 기브란이 당분간 부통령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이 국정 불안을 우려해 논란의 확산을 막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Yusof Ishak Institute) 방문연구원인 마데 수쁘리아뜨마(Made Supriatma)는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탄핵의 파장이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프라보워 대통령이 사태가 정치적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은 2024년 대선에서 프라보워와 함께 출마해 58.59%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학력 논란에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정부소통청장에 임명된 샤간다 나잉골란(Syahganda Nainggolan)은 지난 5일 팟캐스트에서 “프라보워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기브란의 졸업장이 위조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시급한 문제로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후보자의 학력 요건이나 청구 의도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카르타 여론조사업체 사이풀 무자니 리서치앤드컨설팅(SMRC)의 사이디만 아흐마드(Saidiman Ahmad) 연구원은 특정 학력을 갖춘 사람에게만 선출직 출마를 허용하는 것은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사이디만 연구원은 청구인들이 기브란의 해외 학력을 문제 삼은 데에는 그를 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하거나 향후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 결정이 기브란의 향후 대선 출마에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비비뜨리는 학력 문제를 정당들이 기브란을 후보로 내세워서는 안 될 이유로 꼽았다. 반면 사이디만은 교육부로부터 고교 졸업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으면 출마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브란은 고교 교육을 마치지 않았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 7일 기자들에게 “고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면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싱가포르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마데 연구원은 기브란이 부통령직을 유지하더라도 정치적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정치적 정당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학력 문제가 앞으로도 거듭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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