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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나무를 심고, 뽑고, 또 심고”… 헤루 직무대행 ‘모나스’ 다시 갈아엎는다

모나스 광장 입구 광경 / 안타라 뉴스

헤루 부디 하르토노(Heru Budi Hartono) 자카르타 주지사 직무대행은 에릭 토히르(Erick Thohir) 공기업부 장관의 지원을 받아 독립기념탑 ‘모나스(Monas)’ 콤플렉스를 재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주정부의 접근방식과 에릭 장관의 개입이 자카르타의 역사적 랜드마크를 상업적으로 변질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달 아니스 바스웨단(Anies Baswedan)이 자카르타 주지사 임기를 마친 후 직무대행으로 발탁된 헤루는 대통령실 사무처장을 겸직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자카르타 주지사이던 시절부터 함께해온 그는 최근 행보에서 아니스 주지사 이전 시대로 시계바늘을 되돌려 전임자의 업적을 지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나스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헤루는 전임 주지사가 베어낸 나무들을 모두 다시 심겠다고 강조했다. 모나스 광장 남쪽에 위치한 노점상과 주차장 자리에 가능한 많은 나무들을 심고 콤플렉스 내 IRTI 구역(식당 및 공원)을 새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에릭 장관은 모나스 지역을 글로라 붕까르노(Gelora Bung Karno, 이하 GBK) 스포츠 콤플렉스처럼 나무가 울창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헤루 직무대행의 계획에 힘을 실어줬다. GBK 지역은 2018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던 당시 대대적인 공사가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GBK를 모델 삼아 공기업부가 해당 프로젝트에 개입하겠다는 발언은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 경종을 울렸다.

루작 도시연구센터(Rujak Center for Urban Studies)의 엘리사 수따누자야(Elisa Sutanudjaja)는 GBK 재활성화 프로젝트 당시 정부가 수많은 수목을 베어내고 그곳에 새 주차건물과 새로운 이스트 플라자 건물을 올린 사실을 언급했다. 예전 이스트 플라자에 있던 수 많은 수목들을 모두 베어내고 2018년 아시안게임에 스폰서 텐트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에릭 토히르 장관은 당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이었다.

엘리사는 이전 모나스 재활성화 계획이 처음 나왔을 당시 수백 그루의 나무를 제거하는 문제로 비난을 받은 바 있는데, 이젠 당국이 나서서 GBK 사례를 들먹이며 별 문제 없을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전 모나스 재활성화 프로젝트가 완료된 것이 대체로 최근의 일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직무대행인 헤루가 제한된 임기동안 보다 의미있는 일에 매진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아니스 전 주지사는 2019년 11월 대대적인 모나스 재활성화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이는 모나스 남쪽 광장을 최초 디자인되었던 취지대로 복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당시 콤플렉스 남쪽 지역을 콘크리트 광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수백 그루의 나무를 베어 내야 했는데 이로 인해 비난 여론이 크게 일자 자카르타 주정부와 중앙정부가 서로 충돌하기까지 했다.

결국 아니스가 해당 나무들을 콤플렉스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 심는 조건으로 중앙정부도 자카르타 주정부의 재활성화 프로젝트를 승인해 주었다. 그리하여 해당 프로젝트는 2022년 6월 마침내 완료되었고 아니스는 그렇게 완성된 모나스 콤플렉스의 남쪽 광장에서 자카르타 495주년 행사를 열었다.

엘리사는 MRT 자카르타(MRT Jakarta)가 모나스 콤플렉스 안에 새로운 통합 역사를 짓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헤루 직무대행의 모나스 재활성화 계획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뜨리삭티 대학교(Universitas Trisakti)의 도시계획 전문가 야얏 수프리아트나(Yayat Supriatna) 교수도 자카르타 주정부가 누구에게도 혜택을 가져다주지 못할 프로젝트에 예산을 퍼부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소규모 프로젝트라면 몰라도 모나스 광장 전체에 대한 재활성화 계획이라면 현재 진행중인 MRT 프로젝트와 조율하고 통합해야만 하는 중대 사안이 된다. 그렇게까지 해서 전임자인 아니스의 업적을 갈아엎어야만 할 일이냐고 야얏 교수는 되물었다.

모나스의 상업화 문제
에릭 토히르 장관은 지난 20일 소상공인들을 위한 행사에서 자카르타 전역에 새로운 중심지들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는데 모나스도 그 중 하나였다.

에릭 장관은 이날 “수디르만로(Jl. Jendral Sudirman) 외에 새로운 중심지가 필요하다”며 “헤루 직무대행이 제안한 곳은 뿔로가둥(Pulogadung)이며 그 외에 모나스(Monas), 빠사르바루(Pasar Baru)의 포스트블록(Post Bloc) 등이 대상 지역으로 올라있다”고 언급했다.

엘리사는 1970-80년대 연례 자카르타 페어가 모나스 광장에서 열리는 등 이 지역이 오랜 세월 상업화 대상으로 사람들이 눈독을 들였던 곳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민영화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공기업부의 과업은 수익 창출인데 이는 모나스의 존재와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GBK에서 운영되고 있는 쁠라따란(Plataran) 레스토랑을 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엘리사는 GBK 콤플렉스 안에 민간 고급 레스토랑이 설치된 것을 예로 들었다.

야얏 교수는 최근 호텔 인도네시아(Hotel Indonesia) 로터리 버스정류장 재활성화 프로젝트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을 예로 들며 모나스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나스를 손대기 앞서 개발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모나스가 국가상징물이자 문화유산으로서 위상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2층 버스 정류장을 재건한 것이 환영 기념탑 조망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환영 기념탑은 호텔 인도네시아 로터리에 세워진 젊은 남녀가 손을 흔들고 있는 조형물로 잠재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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