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면 조건도 붙어”…
90조원 사업 규모에 현실성 논란도
베트남 정부가 국가 숙원 사업인 남북고속철도 건설을 외국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VN익스프레스•뚜오이쩨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응우옌 다인 후이 교통부 차관은 최근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후이 차관은 “어느 나라에서든 돈을 빌리면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은 독립•자조 정신으로 외국 차관에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총 673억4천만달러(약 89조7천억원)에 이르는 고속철도 건설 자금을 일차적으로 국가 예산에서 조달하고 필요시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후이 차관은 외국 대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빚의 함정’을 피하고 건설 과정과 기술 이전, 장기 운영을 더 잘 통제하기 위해 자체 자금 조달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 차관은 베트남 자체 자금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되 규모를 최소화하고 베트남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조건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고속철도 기술 중 비용과 베트남의 기술 획득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적합한 기술을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정된 외국 도급업체는 베트남 국내 업체가 고속철도 건설에 기여할 수 있도록 베트남에서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여러 개발도상국이 외국 차관, 특히 중국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중국 차관에 의존해 벌인 인프라 사업의 결과 ‘부채의 덫’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트남 역대 최대 인프라 투자 사업을 자체 자금만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베트남에서 일하는 한 익명의 외국인 인프라 전문가는 로이터에 베트남 정부 방침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사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수도인 북부 하노이와 경제 중심지인 남부 호찌민을 잇는 1천541㎞ 구간을 시속 350㎞로 운행하는 고속철도를 2035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고속철도 표 가격은 베트남항공과 베트남 저비용항공사(LCC) 비엣젯 평균의 약 7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