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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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속 한국] ①도요타 아성에 도전한 현대차

인도네시아 현대차 생산공장(HMMI) / 손현규

일본차 점유율 90% 이상
인니서 3년째 생산공장 가동

1천7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2억8천만명)이자 동남아시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입니다. 고속 성장 중인 인도네시아에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고 K-팝•K-뷰티 등 한류 열풍으로 현지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수도 자카르타와 인근 도시의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담은 기획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인도네시아서 달리는 현대차 전기차 / 현대차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도요타•혼다 등 일본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습니다. 현대자동차 인지도는 수도 자카르타에선 60% 정도 되지만, 지방에서는 아직 높지 않아 그걸 끌어올리는 게 숙제입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 20분을 달리자 브카시에 있는 델타마스 공단에 다다랐다.

공단 입구 쪽에 자리 잡은 일본 혼다 공장과 중고차 판매장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거대한 현대차 생산공장(HMMI)이 눈에 들어왔다. 축구장 100개를 합친 면적보다 큰 77만7천㎡ 부지 곳곳에 연구소와 조립동 등 건물 10여개가 가지런하게 들어서 있었다.

현대차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서 2022년부터 가동한 완성차 공장이다. 현대차는 앞으로 동남아시아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이곳에 생산거점을 구축했다.

◇ 직원 2천명 중 43명만 한국인…연간 15만대 생산 목표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차체동 로봇 / 연합뉴스

이 공장에서는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5’ 등 전기차뿐만 아니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와 다목적차량(MPV) ‘스타게이저’ 등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인도네시아 공장에서만 9만대가 넘는 차량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 목표는 최대 15만대에 달한다. 내년에는 대형 전기차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사무직 500명 가운데 43명만 한국인이며 생산직 1천500명까지 모두 현지인을 채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인 주재원들은 자카르타에서 출퇴근하고 현지인들은 주로 공장 인근에서 자취한다”며 “현지인 대부분은 오토바이로 출퇴근한다”고 설명했다.

198억원을 들여 생산공장 안에 지은 연구소 ‘모빌리티 이노베이션센터’ 1층에는 재료실험실, 엔진 내구 시험실, 정밀 분석실 등을 갖췄다.

센터 3층 교육장에서는 현지 거래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술 전수를 위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교와 음성인식 엔진을 산학협력으로 개발 중이고 수명이 다한 전기차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차체에 패널 붙이는 용접 100% 로봇이 담당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 현대차 인도네시아법인

연면적 1만9천㎡ 규모의 프레스 공장에서는 5천400t급 대형 프레스가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차체를 이루는 패널을 찍어댔다. 5초에 1장씩 패널을 찍어 하루에 최대 1만장을 만든다.

이 프레스 공장 한쪽에는 자동화 기계로 찍어낸 패널을 5만5천장까지 보관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량 패널은 3만6천㎡ 규모의 인근 차체 공장으로 옮겨진다.

이 공장에서는 패널을 붙이는 용접 작업이 진행된다. 노란색 로봇 410대가 바쁘게 팔을 움직였다. 용접은 100% 로봇이 담당한다.

로봇을 쓰면서 과거에 사용하던 ‘4면 회전형’ 대형 기계보다 시설 설치 기간은 보름가량 적게 걸렸고, 한 번에 생산하는 차종 수도 4개에서 6개로 늘었다.

차량의 몸체가 완성되면 410여명이 2교대로 근무하는 의장 공장에서 부품을 차체에 조립한다. 이후 각종 검사와 주행 점검을 거쳐 완성차가 탄생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자동차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공장에 냉방 시설을 설치해 실내 온도를 28도로 맞췄다”며 “태양광 발전설비를 적용해 에너지도 절약하면서 친환경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어 현지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의 신산업 단지(KNIC)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인 ‘HLI그린파워’를 완공했다.

배터리 제조부터 완성차 생산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전기차 생태계를 인도네시아에 구축해 물류비를 줄였다.

현재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에 탑재되고 있다.

◇ 현대차,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 / 현대차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한 회사는 일본 도요타였다.

도요타는 지난해 총 32만5천395대(32.6%)를 팔았고 다이하쓰(19만4천108대•19.4%), 혼다(12만8천10대•12.8%), 스즈키(8만2천244대•8.2%)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의 지난해 판매량은 3만5천736대로, 점유율은 3.6%에 그치지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가 1위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일본 차량은 하이브리드 위주고 전기차 분야에는 앞으로 중국 업체가 많이 진출할 전망”이라면서도 “배터리 제조부터 차량 생산까지 처음과 끝을 모두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하는 기업은 현대차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며 “진정성과 기술력으로 일본이나 중국 기업과 차별화해 인도네시아의 차량 판매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인 2억8천만 인구를 바탕으로 거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인 니켈의 매장•생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아 앞으로 전기차 분야 산업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비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국장은 “현대차가 생산공장을 이곳에 지을 때 (세제 혜택 등 정부 차원의) 많은 지원을 했다”며 “나도 한국 부산에 2차례 방문해 생산공장을 견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어 투자 환경이 좋고 연 5% 이상의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KPF 디플로마-인도네시아 전문가 연수 과정에서 취재한 내용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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