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정부가 과거사 미화 논란으로 발간을 미뤘던 국정 역사서를 17일 독립기념일에 공개할 계획이다.
5일 자카르타글로브에 따르면 파들리 존(Fadli Zon) 문화부 장관은 총 10권으로 구성된 역사서의 편집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면 편집은 거의 끝났으며 현재 일부 역사 사진의 원본과 사용권을 확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문화부는 안타라통신을 비롯해 역사 자료를 보유한 기관들과 협의하고 있다.
파들리 장관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사진이 일부 있다”며 “이달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8월 17일 역사서를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과거사 서술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발간을 연기했다.
가장 큰 쟁점은 1998년 5월 폭동 당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한 서술이다. 파들리 장관은 성폭력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집단 강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법적·역사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정부가 구성한 합동진상조사단(TGPF)은 당시 광범위한 성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조사단은 자카르타와 메단, 수라바야에서 강간 피해자 52명을 확인했으며 폭행을 동반한 강간과 성추행·성희롱 사례를 보고서에 기록했다.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역사서 편찬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거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축소·누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주도의 역사서 편찬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사학자와 인권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역사투명성연대(AKSI)는 이 사업이 정권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중단을 촉구했다.
마르주키 다루스만(Marzuki Darusman) AKSI 대표는 “이 사업이 현 정권과 신질서 체제의 과오를 덮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역사학자 아스비 와르만 아담(Asvi Warman Adam)은 “역사는 특정 권력이 하나의 관점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파들리 장관은 역사서가 민족·공동체 간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국민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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