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권자 197만명 중 14만7천명만 등록…
실제 투표자는 9만2천명
우편•전자투표 도입 등 제도 개선 요구…
비례대표 필요성도 주장
지난 1일까지 115개국(178개 재외공관) 220개 투표소에서 엿새간 실시된 제22대 총선 재외선거에서 역대 총선 최고치인 62.8%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동포사회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62.8% 투표율이나 실제 4.7% 그쳐…”실질적인 대책 마련 필요”
4일 동포사회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재외동포 수는 708만명, 투표가 가능한 18세 이상 재외선거권자는 197만4천375명이다. 이번 총선을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14만7천989명으로, 이 가운데 9만2천923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상 등록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투표율을 계산하면 62.8%이지만, 전체 재외선거권자로 범위를 넓히면 4.7%에 그친다.
각 지역 한인회는 동포들의 투표 참여 열기가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소개했다. 대륙별 투표자 수가 가장 많은 아주 지역을 담당하는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측은 서로 경쟁하듯 한인회별 투표율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동포사회에서는 대사관과 한인회 등을 중심으로 한 투표 독려 운동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재외동포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표 행사’ 왕복 1천600km 이동…”동포 편의 위해 법 개정을”
푸껫에서 방콕까지 왕복 1천600km를 이동했다는 태국 동포의 투표 후기 등이 소개되면서 이들의 편의를 위해 재외선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늘 제기된 문제였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허준혁 유엔한반도평화번영재단(유엔피스코) 사무총장은 “실제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는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유권자 등록은 가능하지만, 투표하려면 여전히 재외공관이나 원거리 투표소를 방문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라며 “재외동포들의 오랜 염원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은숙 베트남 하노이한인회장은 “베트남 한인들 사이에서 선거 열기는 뜨거웠다. 다만 200만명이나 되는 재외선거권자 중에서 실제 투표로 이어진 비율은 낮아 아쉽다”며 “재외동포들이 좀 더 편리하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동포사회에서는 투표율을 높이려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우편투표나 이메일 전자투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우편투표와 함께 주에 따라 팩스, 이메일, 웹페이지 투표 등을 병행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다수 국가도 우편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재외동포 대표성 문제도 제기…이번에도 여야 ‘비례대표’ 없어
동포사회에서는 각 당이 재외동포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해 비례대표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2012년 재외선거가 시작된 이후 아직 실현된 적은 없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러 인사가 비례대표를 신청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제임스 안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한인회장은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당선 안정권 여부를 떠나 단 1명의 재외동포도 비례대표로 추천하지 않은 데 대해 실망과 우려를 금치 못한다”며 “재외동포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국내 유권자가 지역구 대표를 뽑는 것처럼 각종 동포 관련 현안 등을 대변하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서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점배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장은 “적극 참여자의 투표율은 높았겠지만, 실제 투표율은 5% 미만으로 해외에서 선거 열기가 갈수록 식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각 당에서는 진정한 참정권 보장을 위해 재외동포 비례대표를 대륙별 1명씩은 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재외동포 비례대표 배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종현 전 싱가포르한인회장은 “각국 한인회는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국 국위 선양과 공공외교를 하면 되지 한국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불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싱가포르한인회는 한인 사회의 분열을 염려해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