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범죄로 사형선고 부동산 재벌,
종신형으로 감형될 듯
베트남 정부가 횡령 등 8개 범죄의 최고 형량을 기존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피해 규모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6%가 넘는 초대형 금융범죄 사건의 주범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부동산 재벌이 종신형으로 감형돼 목숨을 건지게 됐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트남 의회는 최고 형량이 사형인 범죄 18가지 중 8가지에 대해 사형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횡령, 정부 전복 행위, 마약 소지, 국가재산 훼손, 간첩 행위, 위조의약품 제조, 평화 위협, 침략전쟁 도발 등 8개 범죄의 최고 형량이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낮아졌다.
이들 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는 내달 1일까지 종신형으로 감형된다.
이에 비해 살인, 마약 밀매, 반역, 테러, 아동 성학대 등 10가지 범죄의 최고 형량은 기존과 같이 사형으로 유지된다.
이번 형법 개정 배경에 대해 르엉 땀 꽝 공안부 장관은 “현재 사형 제도는 문제가 있으며, 일부 경우에서는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상황과 범죄 예방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응우옌 하이 닌 법무부 장관은 이들 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몇몇 범죄에 대한 사형 폐지가 국제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지난해 횡령죄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은 부동산 개발업체 반 틴 팟 홀딩스의 쯔엉 미 란(69) 회장도 종신형으로 감형될 것으로 알려졌다.
란 회장은 2012∼2022년 자신이 지배한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304조 동(약 15조9천억원)을 횡령하는 등 초유의 금융범죄로 베트남 GDP의 약 6%에 해당하는 총 677조 동(약 35조3천억원)의 피해를 입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베트남에서 현재 사형수가 몇 명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23년 말 현재 베트남의 사형수가 1천200여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베트남은 독극물 주사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