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마 합법화 이후 중독자 급증하자
‘처방전 없는 구매 금지’ 명령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와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의 통화 내용 유출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태국 정부가 대마 판매 규제를 강화하고 카지노 합법화를 연기하는 등 주요 정책을 손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솜삭 텝수틴 태국 보건부 장관은 의사 처방전이 없는 고객에게 대마 판매를 금지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관보에 공개되면 발효되지만, 언제 공개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번 명령은 대마 이용을 의료 용도로 제한하고 기호용으로는 막기 위한 것이다.
지라유 후앙삽 태국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규제되지 않은 대마 판매 허용으로 어린이·청소년까지 쉽게 대마에 접근할 수 있게 돼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파누랏 룩분 태국마약청(ONCB) 부청장은 2022년 대마 합법화 이후 대마 중독자 수가 급증했다면서 마약청이 규정 변경 사항을 검토하고 시행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솜삭 장관도 지난 24일 대마를 다시 마약으로 지정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번 조치는 품짜이타이당이 연립정부에서 탈퇴해 패통탄 행정부가 위기에 몰린 가운데 나왔다.
품짜이타이당은 보수 성향이지만 대마 합법화를 주도했으며, 기호용 사용까지 완전히 자유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당은 최근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과 관련해 패통탄 총리와 훈 센 의장의 통화 내용이 유출되자 연정 지지를 철회하고 내달 초 의회에서 패통탄 총리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기로 했다.
패통탄 총리는 통화에서 아버지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인 훈 센 의장에게 ‘삼촌’이라고 부르며 캄보디아 국경 지역을 관할하는 자국군 제2 사령관을 깎아내렸다가 여론의 반발을 초래했다.
품짜이타이당의 이탈로 연정을 지지하는 하원 의석수가 과반을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줄어들어 불신임안 부결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태국 정부는 논란이 많은 카지노 합법화 법안 도입도 연기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이 조치로 정부가 국민과 소통하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교통부 관계자가 설명했다.
태국 내각은 지난 1월 카지노 허용 법안 초안을 승인했지만, 이 법안을 의회에 언제 다시 상정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패통탄 총리가 대표인 프아타이당은 카지노 등 복합 리조트를 조성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5∼20% 늘고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이 약 2만2천 밧(약 92만원) 증가할 것이라면서 카지노 도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반대파는 카지노 도입이 도박 중독을 부추기고 인접 국가에서 범죄조직이 카지노를 온라인 사기·자금 세탁·마약 밀매 소굴로 만들고 있다면서 맞서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