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시끌벅적한 회식이 줄어들었으니 음주는 물론 숙취해소음료를 찾는 발걸음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이다. 단지 마시는 장소가 술집에서 집으로 바뀌었을 뿐, 부장님의 노랫소리가 넷플릭스로 바뀌었을 뿐. 모든 이들의 음주 총량의 법칙은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올 한 해 숙취해소시장의 규모는 3,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00억원이 상승했다. 이 정도라면 크리스마스모임, 송년회, 신년회는 없었지만 버금가게 혼자서 다른 사람의 몫까지 마셨다는 이야기. 그래서 준비했다. 오늘 마신 혼술을 내일 아무도 모르게 만들어줄 대한민국 대표 숙취해소음료의 모든 것을 파헤쳐보자
레디큐 프로
김치가 숙취에도 효과가 있나요?
‘맛있는 숙취해소’를 표방한 레디큐가 과감히 변신을 시도했다. 기존에 강황과 커큐민을 넣었던 노란색 레디큐는 어딘가 일본의 ‘우콘파워’가 떠오르는 맛이었다. 애국심이 넘쳐났는지 이번에는 완벽한 한국화에 성공했다.
김치를 넣었다구요? 정확히 말하면 김치에서 유래한 식물성 유산균을 넣은 것. 새콤한 유산균음료의 느낌. 다만 묘하게 술 맛을 방해하니 음주 직전에 마시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
모닝케어 H, S, D
숙취저격형 해소음료가 되었다고?
일반적으로 숙취해소음료 3대장은 모닝케어와 컨디션, 여명을 꼽는다. 각각은 숙취해소음료 파트에서도 성격이 다른데. 모닝케어는 기존 ‘알콜 분해력’만을 높이는 것이 아닌 음주 후 발생하는 두통이나 구취 등을 완화하는 기특한 효과가 있다.
그런 모닝케어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아예 숙취유형별로 버전을 달리한 것이다. 깨질 듯 한 두통에는 ‘H’, 푸석푸석한 피부에는 ‘S’, 더부룩한 속에는 ‘D’로 나누어 사람마다 다른 숙취에 뒤 따르는 각종 불편을 잡았다.
여명1004
808위에 천사가 있다
모닝케어가 세련되어도 괜찮을 음료라면, 여명은 절대 바뀌면 안 되는 음료다. 마치 해방 전후 같은 디자인은 여명의 아이덴티티요, 국가의 상징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여명도 업그레이드를 했다. 바로 여명 1004!
여명100은 여명808 특유의 맛은 덜어내고 깊고 우아하게 만들었다. 괜히 캔의 겉면에 얼음과 함께 온더락(?)으로 마시라는 말이 써 있는 게 아니다. 고급화 시켰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가격도 2배!
컨디션
이름 빼고 다 바뀌는 변신의 귀재
김치를 넣고, 디자인이 바뀌고, 가격이 바뀐(?) 다른 음료와 다르게 컨디션은 항상 여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컨디션은 출시 이후 살짝살짝 디자인과 맛과 성분도 업데이트하는 변신의 귀재다. 심지어 컨디션이라는 이름 빼고 회사도 달라졌다.
사명이 바뀐 후의 컨디션은 더욱 대담한 변신을 진행중이다. ‘환’으로 가기도 하고, ‘라면’과 콜라보를 하기도 한다.
헛개파워
헛개차로 시작된 헛개유니버스
‘헛개차’를 통해서 ‘숙취에는 헛개다’라는 공식을 만들어버린 광동제약 보배다. 이름도 ‘헛개파워’. 사소한 부분이지만 숙취해소음료는 자고로 뚜껑이 커서 손으로 돌릴 때 또도독 소리가 나야 하는법. 기특한 이 녀석은 뚜껑지름이 무려 4cm로 깔 때 기분이 좋다.
마셔보면 거의 여명808을 처음 마셨을 때의 강력한 한약느낌이 쏟아진다. 같은 헛개를 넣어도 컨디션처럼 가볍고 상쾌하게 들어가는 타입이 있다면, 이쪽은 완전 진~~~한 맛이다.
깨수깡
이런 맛도 숙취해소음료라고?
숙취해소음료계의 가장 막내다. 하지만 그 위상만은 앞의 다섯 병의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하다. 숙취해소음료를 탄산음료로 낸 것도 재밌지만, 제주산 감귤농축액을 넣어서 굉장히 상큼하게 만들어낸 것. 거의 헛개파워의 완전 반대되는 맛을 낸다고 보면 된다.
아쉬운 건 맛 자체가 탄산음료라서 사람들이 숙취해소음료로 느끼지 못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