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미납금•잠수함 계약 불이행,
韓 소극적 기술이전 때문” 주장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러시아산 무기 수입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한국이 이를 메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도네시아 비누스(Binus) 대학의 추리 마하라니 사비트리 박사는 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지 민영통신사 RMOL 주최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포스트 러시아 시대 인도 태평양의 한국’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한국은 러시아가 떠난 무기 시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지역 안보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7∼2022년 기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했다. 특히 태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군 현대화를 추진, 지난 5년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했다.
추리 박사는 “동남아에서 러시아와 거래하던 나라는 9개국”이라며 “이들 중 다수가 러시아를 대체하거나 과도한 미국 의존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파트너로 한국을 꼽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추리 박사는 한국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더 넓히려면 기술이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KF-21 전투기 사업이나 잠수함 사업에서 문제가 생긴 것은 한국의 소극적인 기술이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5년 KF-21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으며 인도네시아는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 이전, 전투기 현지 생산 등을 대가로 2026년까지 개발비의 20%인 약 1조6천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약 2천800억원만 납부하고 1조원 가까이 연체 중이다.
또 대우조선해양과는 1조3천400억원 규모의 잠수함 3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 후 3년 4개월이 지나도록 계약금도 내지 않아 계약 미발효 상태다.
이를 놓고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의 기술 이전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는 상황이다.
추리 박사는 “한국이 인도네시아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재정적 손실은 물론 동남아시아 지역과의 관계, 한국 항공산업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 역시 한국과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추리 박사의 이런 주장에 방청석에서는 “한국이 인도네시아가 아닌 다른 파트너를 찾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고 추리 박사는 “이 사업이 인도네시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상덕 주인도네시아 한국 대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지정학적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경제, 안보는 물론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힘을 모아야 한다”며 “특히 양국 안보 협력의 상징인 KF-21 사업이 잘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