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정부가 팜유와 석탄 등 전략 원자재 수출 일원화 구상에서 한발 물러서 수출가격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전략 원자재 수출을 국부펀드 다난따라(Danantara) 산하 국영기관인 다난따라 숨버르 다야 인도네시아(DSI)를 통해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업계 반발이 이어지자 계획을 수정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11일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즈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프라보워 수비안또(Prabowo Subianto)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DSI가 전략 원자재 수출을 총괄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해외 구매자와 수출업체 간 거래를 DSI가 중개하고 계약·선적·대금 결제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수출 일원화 대신 수출가격 점검에 집중하기로 했다. 수출업체가 세금과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출 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는 ‘언더인보이싱(under-invoicing)’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세수 누수를 줄이고 해외로 이전되는 이익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DSI는 공정한 가격 형성을 지원하는 감독·중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운영비 충당을 위해 거래 금액의 0.05~0.1% 수준의 수수료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구매자와 수출업체 간 기존 거래 관계도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거래 내역은 정부에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2025년 석탄·팜유·페로합금 수출액은 661억3000만 달러(약 90조원)로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했다.
수출 일원화 방안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곧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발표 다음 날인 5월 21일 인도네시아 종합주가지수(JCI)는 3.54% 하락했다.
자카르타베테랑국립개발대학교(UPNVJ)의 경제학자 아흐마드 누르 히다얏(Ahmad Nur Hidayat)은 “시장은 정책의 취지보다 실제 시행 과정을 본다”며 “수출 절차가 복잡해지거나 거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DSI가 수출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계약 안정성을 훼손할 경우 투자와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일부 팜유 수출업체가 규정 위반과 제재 가능성을 우려해 선적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원 수출 과정에서 발생한 부가가치가 싱가포르로 이전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언더인보이싱과 제3국 경유 거래로 상당한 세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자카르타 싱크탱크 ‘넥스트 인도네시아 센터(NEXT Indonesia Centre)’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산 팜유 상당량이 싱가포르를 거쳐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되며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수출업체는 계열 무역회사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뒤 해외에서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익과 세수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개무역 자체는 국제 상거래에서 흔한 거래 방식이다. 인니 정부가 문제 삼는 것은 거래가 아니라 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행위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 5월 천연자원 관리 부실로 인한 누적 손실이 34년간 약 9080억 달러(약 1240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수사당국은 팜유 수출 과정의 언더인보이싱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 경제지 꼰딴(Kontan)에 따르면 국가경찰 수사국은 지난달 29일 대형 팜유 수출기업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반면 싱가포르 경유 거래를 모두 부가가치 유출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는 금융·보험·중재·해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 원자재 거래 허브로 꼽힌다.
공공정책 전문가 린 체 웨이(Lin Tze Wei)는 “화물이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최종 목적지로 직접 운송되더라도 계약·금융·보험·중재 서비스는 상당 부분 싱가포르에서 제공된다”고 말했다.
한 산업 분석가는 “싱가포르는 해운·무역 인프라와 국제 중재 시스템, 영어 기반의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어 해외 구매자들이 거래 안정성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인니투데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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