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우쉬(Whoosh)’의 인도네시아 측 지분을 국영기업 컨소시엄에서 재무부로 넘기려던 계획이 재무장관 교체로 보류됐다. 연간 1조 루피아(약 820억원)를 80년에 걸쳐 상환하는 부채 구조조정안도 새 장관의 판단에 맡겨졌다.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Purbaya Yudhi Sadewa) 전 재무장관은 우쉬 운영 합작사의 인도네시아 측 지분을 재무부가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분 이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푸르바야 장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계획은 보류됐다.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은 후임에 수아하실 나자라(Suahasil Nazara)를 임명했다.
푸르바야 전 장관은 15일 이임식 후 우쉬 처리 방안을 묻는 취재진에 “새 재무장관에게 달렸다”며 “알함둘릴라(신께 감사한다), 나는 살았다”고 농담조로 답했다. 수아하실 신임 장관도 지분 인수 문제는 추후 검토하겠다며 연기 방침을 시사했다.
지분 인수와 함께 부채 구조조정안도 불투명해졌다. 푸르바야 전 장관이 이달 8일 공개한 구조조정안은 연간 1조 루피아씩 80년간 갚아 연간 상환 부담을 낮추는 내용이다.
우쉬 사업은 애초 중국개발은행(CDB)에서 45억 달러를 대출받아 추진됐다. 기존 대출 조건은 10년 거치, 40년 만기였다. 그러나 공사비 증가로 총사업비가 72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추가 대출까지 받았다.
승차권 수입은 운영비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운임 수입만으로 운영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워 원리금 상환 여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푸르바야 전 장관은 재무부가 직접 관리하는 특수임무기관(SMV)에 지분을 넘겨 부채 상환을 맡기는 방안도 제시했다. 4개 국영기업으로 구성된 필라르 시네르기(PT Pilar Sinergi BUMN Indonesia, PSBI)가 보유한 합작사 지분 60%를 넘기고, 중국 측이 나머지 40%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PSBI의 최대주주는 인도네시아 국영철도 끄레따 아삐 인도네시아(PT Kereta Api Indonesia, KAI)다. PSBI는 올해 상반기에만 5조1000억 루피아(약 42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손실 4조9000억 루피아(약 4000억원)를 이미 넘어선 규모다.
인수 후보로는 재무부 산하 국영 인프라 금융회사 사라나 물티 인프라스트룩투르(PT SMI)와 국부펀드인 인도네시아투자청(INA)이 검토됐다. 푸르바야 전 장관은 지분 인수를 마친 뒤 우쉬 노선을 동부자바까지 연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분과 부채를 다른 국유기관에 넘겨도 부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Indonesia)의 데니 프리아완(Deni Friawan) 연구원은 INA나 SMI를 내세워도 정부가 상환 재원을 지원하면 결국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업이 실패해도 국가가 구제한다는 선례를 남겨 도덕적 해이와 지배구조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INA가 부채 상환을 맡으면 투자 수익 창출이라는 본래 목적이 흔들리고 자금 사정도 악화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장기 투자 여력이 줄어 국부펀드의 신뢰도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를랑가대학교의 라흐마 가프미(Rahma Gafmi) 경제학 교수는 부채 상환 책임을 재무부 산하 기관으로 넘기면 국가 전략사업의 위험을 결국 정부가 떠안는다는 인식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부채 상환에 예산이 묶이면 다른 분야의 재정 지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누적 이자가 원금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운영 효율을 높이지 못하면 불어난 이자가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카르타 국립개발대(UPN Veteran Jakarta)의 아흐맛 누르 히다얏(Achmad Nur Hidayat) 연구원도 SMI나 INA를 거치더라도 추가 재정 부담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채무를 떠안기 전에 감사를 통해 책임 소재부터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 기업 간 거래(B2B) 방식으로 추진된 사업인 만큼 사업 위험은 참여 기업과 주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니투데이 경제부
[저작권자(c) 인니투데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