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기후의 나라 인도네시아는 비옥한 화산토 덕분에 농업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벼 재배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시작되었고, 8세기에는 자바 왕이 벼로 세금을 부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쌀은 식량 자원 뿐 아니라 경제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후 벼 재배는 전국으로 퍼져 인도네시아의 주식이 되었다.
인도네시아는 연간 3000만톤 이상 쌀을 생산해 중국, 인도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엄청난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는 상당량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수입된 쌀 양은 305만톤에 이른다.
세계 최대 쌀 생산국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가 쌀을 수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네시아가 농업 국가임에도 쌀 자급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엘니뇨(El Nino) 같은 기상이변 때문이다.
엘니뇨는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인도네시아에 가뭄을 유발하여 쌀 수확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2023년에는 엘니뇨로 110만 톤의 쌀 생산량이 감소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2억 7천만의 인구를 가진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으로 인한 쌀 소비량 증가, 산업화에 따른 농지 감소, 낙후된 농업기술 등의 원인으로 쌀 자급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쌀을 수입하는 이유는 쌀 가격의 안정화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도시 서민층은 소득의 22%를, 농촌 서민층은 소득의 26%를 쌀 구매에 지출하고 있는 만큼 쌀 가격의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인도네시아가 대량 쌀 수입을 지속할 경우 국가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수입 비용이 수출 비용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부의 외화 보유액(정부의 외국환 자산)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수입쌀이 시장에 풀리면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동시에 현지 농업 산업에 큰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저가의 수입 쌀 때문에 현지 농부들의 수익이 줄어들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노동 시장에도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줄어드는 일자리로 인해 농부들의 재정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무조건 지원금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 경제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가격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쌀 가격 변동은 현지 소비자와 농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조달청(Bulog)의 바유 크리샨무르띠 뻐룸(Bayu Krishanmurti Perum) 청장은 수입 쌀이 자국 산업을 위협하지 못하게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자급자족을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 산업 투자 확대, 인프라 개선, 최신 농업 기술 도입 등이 그것이다.
특히, 고품질 종자 사용과 함께 소규모 농가의 생산성 향상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소규모 농가가 농업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0년부터 쌀 자급자족과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춘 푸드 에스테이트(Food Estate)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 인프라의 부족으로 현재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수하르토 정권 당시 환경 훼손 논란과 정권 교체로 중단된 ‘메가 라이스 프로젝트'(Mega rice project : 보르네오섬 중부 대규모 경작지 개간 프로젝트)’와 유사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인니투데이ㅣGMIS 11학년 서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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